“대군저는 무덤이나 진배없어요.
날더러 평생을 무덤 속에서 살란 말입니까?”
세상으로 나가길 원했던 왕자.
그를 처음으로 맞이한 세상은... 두 사람을 묻어 버리고도 남을 깊은 구덩이.
충녕은 왈짜패들에 의해 거칠게 그 앞에 내동댕이쳐지고...
월광을 뒤흔들 듯 큰 소리를 내며 우는 날카로운 검명(劍鳴) 앞에서 당당하려 애써보지만...
“충녕대군은 왕재가 아닙니다. 결코 군왕의 재목이 될 수 없다 이 말입니다!”
왕재의 자리를 놓고 또 한 번의 피바람이 불까 근심하는 황희에게 충녕은 결코 왕재가 될 수 없다 단언하는 이수.
“죽여라!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는 임금이란 놈.. 조선 백성 도탄에 울게 하는 명국놈들..
다 죽여 버려라!”
명나라 칙사 황엄을 향한 백성의 공격을 목도한 충녕은 이상과 현실의 크나큰 틈에서 방황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니요? 열망도 꿈도 아무 것도 갖지 말라니요?”
“일국의 왕자로 난 명운이라 여기고 받아들이세요.”
세상은 그를 충녕이라 불렀고...
세상은 그에게 왕자란 이름의 족쇄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