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뜰에 울려 퍼지는 서슬 퍼런 날카로운 검명(劍鳴)!
죽음으로 그 죄를 묻겠습니다!
단 한마디의 발명조차 하지 않고 지그시 두 눈을 감아버린 충녕의 목 위로 드높게 검을 치켜든 양녕은
마침내 경천동지할 결단을 내리고야 마는데...
어쩌면 이리도 아바마마를...
이토록 진저리나게 아바마마를 닮아 가신단 말입니까?
애끓는 원경왕후의 외침은 양녕의 귓가를 허망하게 스쳐지나간다.
그 활로 신첩을 죽여주십시오!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낀 원경왕후는 태종에게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우고...
중전은 과인을 많이 닮았어.
결기와 자존감 뿐 아니라..
권력을 어찌 휘둘러야 하는 지도 아주 자알 아는구만.
태종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맞수로 다가서는 중전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이젠 부러지는 일만 남은 게지요.
중궁전의 주인이 되고자 하십니까?
이틈을 타 태종의 애희 효빈은 이숙번에게 손을 내밀어
새로운 정치구도로의 개편을 모색하려 발 빠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스승께선 날 살인자로 만든 거에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복잡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한 왕자의 서글픈 탄식소리는 무겁게 공기를 누르며 내려앉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