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백성에게 어디까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가.
대승을 거둔 세자는 환호 속에 귀국하고,
빛나는 형님의 뒷모습을 보는 충녕의 마음은 미묘하다.
그러나 화려한 승전보와 달리 강령포의 현실은 엄혹했는데.....
-을마나 심심하면 나라 걱정을 다해, 그래?
빈정대면서도 충녕에게 실상을 알려준 것은 윤회였다.
조세창은 이미 왜구에게 털렸지만, 세자의 전공을 깎아내릴 순 없는 일.
업적 세우기와 줄서기에 도통한 관리들은 모든 진실을 은닉한다.
그리고 조세창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을 족친다.
힘없는 자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은 백성이었다.
육모방망이로 사정없이 백성을 내려치는 군졸들.
충녕에겐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던 그 백성들이 짓밟히고 있었다.
피 흘리는 백성들을 앞에 두고 충녕은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그러쥔다.
-모든 게 세자 때문이야. 세자의 전공 때문에 백성들이 희생을 하는 거지.
잘못된 일은 바로잡아야 해.
충녕은 궁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발목을 잡는데....
국본 아닌 왕자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댓가는 참혹했었다.
내관 장원이와 외숙들의 목숨으로 그 값을 치루지 않았던가.
충녕은 망설인다.
지도자의 실정을 고발할 것인가, 주변인들의 안위를 지킬 것인가.
왕자로서, 아니, 그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충녕은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