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말도 안 됩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양녕과 정종의 시첩 초궁장과의 은밀하고도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조말생을 비롯한 조정의 몇 안 되는 중신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무슨 수를 쓰든 초궁장을 손에 넣어야겠구만.
세자를 무너뜨려야 그 뒤에 줄을 선 하륜의 날개를 꺾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니 말이외다.
그러나 양녕의 이러한 난행을 알게 된 박은은 이 사실을 적절히 이용하면
그의 최대 정적인 하륜을 내칠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먼저 초궁장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된다.
초궁장을 잡아다 죽여 없애지 않으면 이제 저하의 앞날이 끝장이에요.
한편 양녕 안위를 보존코자 민무회와 민무휼, 두 외숙은
결정적인 증인이 될 수 있는 초궁장을 잡아 죽여 없애야 한다 강력히 주장하는데...
아우로선 가슴 아픈 일이겠으나..
이 나라 조선의 신하이자 백성 된 자의 한 사람이라면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해야 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와중에 충녕 앞에 선 스승 이수는 뜻밖에도 이제는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라고 진언하며
충녕에게 피 끓는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여 충녕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평소에 나도 죽이고 싶도록 미운 자가 있었는데 말이야.
그대에게 청부하면 그 자도 죽여주나?
충녕은 흔들림 없는 서늘한 시선으로 옥환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일갈을 날린다.